자언(自言)
자언(自言)
이덕무
사람은 변할 수 있는가? 변할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변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이 어렸을 때부터 오락도 즐기지 않고, 가볍거나 제멋대로 행동하지 않으며, 성실하고 신중하며, 단정하고 정성스러웠다. 그런데 성장한 후 어떤 사람이 그에게 세상 풍속과 어울려 조화를 이루지 못하니, 세상 사람들은 너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여, 그 후부터 입은 천박하고 상스런 말을 내뱉고, 몸은 가볍고 덧없이 행동하였다. 이렇게 사흘을 보내고 난 후 도저히 편하고 즐겁지 않자, "내 마음은 변할 수 없다. 사흘 전에는 내 마음이 가득 차 모든 일에 형통한 듯했는데 그 후 사흘동안은 공허하기만 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는 결국 처음으로 되돌아갔다. 이기적인 욕심에 대해 말하면 기운이 빠지고, 산림(山林)에 대해 말하면 정신이 맑아지며, 문장에 대해 말하면 마음이 즐겁고, 학문에 대해 말하면 뜻이 가지런해졌다.
완산(玩山, 전주) 이자(李字, 이덕무)는 옛 학문과 문장에 그 뜻을 두었기 때문에, 지금 세상에는 어둡고 사리가 밝지 못하다. 그래서 산림이나 문장, 학문에 대해 이야기하기 좋아하고, 그 밖의 세상사에 대해서는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 또한 세상사에 관해 들어도 별반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자신의 바탕으로 오로지 한 가지로 삼고자하였다. 이 때문에 선귤(蟬橘)을 취하고, 말은 고요하고 담백하였다.
*출처: 이덕무(李德懋, 1741~1793년), 영처문고(嬰處文稿) 중에서
*평어(評語): 이덕무의 자기 서약서이다. 자기 스스로에 다짐하는 서약서로 "이기적인 욕심에 대해 말하면 기운이 빠지고, 산림(山林)에 대해 말하면 정신이 맑아지며, 문장에 대해 말하면 마음이 즐겁고, 학문에 대해 말하면 뜻이 가지런해졌다."라고 한다. 스스로 그렇게 하기를 다짐하고 또 다짐해야만 그렇게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