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층 속 화석 같은 사람이 되기를 원해
2022.11.30.
“세상에서 나를 온전히 이해해 주는 사람은 딱 한 사람밖에 없어. 그 사람 때문에 난 외롭지 않아. 그게 누군지 알아??” 이 말을 할 수가 있고, 이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이것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어디에 있는가?
문자는 말을 다 담지 못하고, 말은 마음을 다 담지 못하지만, 그래도 문자로 남겨야 한다.
나는 모든 것을 축적하는 지층 같은 사람이다. 그중에도 화석이 된 사람. 지구의 온갖 것을 다 담아 땅속으로 내려보내면 그것을 열과 압력으로 바위를 만든다. 그때 화석은 어떤 이유로든 열에 녹아 없어지거나 압력에 사라지지 않고 반짝반짝 보석처럼 자신의 지문을 바위 속에 남긴다. 그렇게 화석이 된 사람은 땅 위에서 아무리 태풍이 오고 비바람이 몰아쳐도 끄떡도 하지 않는다.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탄소중립에 관한 강의를 해줄 수 있느냐고 전화가 왔다. 나는 많이 망설였다. 내 전공과 경험하고는 거리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때 지인이 한 말, “인문학 지식 속에서 탄소 이야기를 하면 어떠냐고” 하기에 “그러면 가능하지!” 드디어 내일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에서 전국 새마을지도자 212명을 대상으로 ‘새마을 운동과 탄소중립에 관한 기초강의를 90분 동안 한다.
이런 요청 시 맨 처음 하는 일은 스토리 라인을 찾아내는 일이다. 어떻게 이야기를 끌고 갈 것인가? 도대체 새마을 운동과 탄소중립을 어떤 연관성이 있단 말인가? 그냥 탄소중립에 관한 전문 지식을 쏟아붓는다 한들 그게 무슨 의미로 다가와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이미 경험과 지식으로 충만된 분들에게 새로운 전문적 사실을 하나 더 추가한다고 하여 변화가 있을까? 이미 땅에서 바다에서 도시에서 새마을 운동을 하고 계신 분들에게, 나는 이분들에게 우리 지구의 거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간 인간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었다.
1부는 “왜 탄소인가? 탄소동화작용이란? 동물은 식물에 의지하여 살아간다. 자연이란? 오천 년 역사 대변혁 새마을 운동”으로 개요에 해당하며 새마을 운동이 무엇인지에 집중한다.
“뽕밭이 반도체 공장이 되고, 오솔길이 신작로가 되고, 천수답이 옥답이 되고, 무엇보다도 매일 술만 먹고 노름하고 싸움박질만 하던 청년들이 공장으로 들어간 일이었다.”
2부는 “최초의 지구는 불덩어리, 캄브리아기 대폭발, 지금의 지구는 푸른 별, 지구의 나이와 인류의 나이, 5번이나 대멸종을 견딘 지구”를 지질 역사 속 탄소 이야기다.
“지구의 나이를 하루라 가정하여 자정에 지구가 시작되었다고 하면. 최초의 단세포 동물은 새벽 4시쯤에 나타났고, 최초의 바다 식물은 저녁 8시40분쯤에 출현했고, 동물과 식물이 육지로 올라온 시각은 밤 10시쯤이다. 그리고 공룡은 밤 11시가 되기 직전에 나타나서 밤 11시 39분쯤 멸종했다. 인간이 나타난 시간은 밤 11시 58분쯤이고, 농업이 시작되고 도시가 건설된 시각은 자정에서 불과 몇 초 전이다.”
3부는 “칭기즈칸이 천산산맥을 넘다. 아랍의 세상. 향신료와 대항해시대, 노예와 산업혁명, 지구 표면적의 82%가 식민지가 되다. 인류의 위대한 탈출은 시작되고, 부의 폭발과 부의 평준화, 공짜는 없었다.”로서 인류의 위대한 탈출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탄소를 희생해서 만든 이야기를 한다.
“지금 살아 있었으면 내보다 8살이나 더 많았을 어떤 여자아이가 병원에 실려 온다. X선에 비춰보니 회충 덩어리가 창자를 꽉 막아버린 장 폐색증이었다. 자기 몸무게의 25%가 회충인 여자아이(당시 9세), 그녀는 결국 죽었다. 지금 살아있었다면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 그것이 인류의 위대한 탈출이다.”
4부는 “AI-로봇의 자율무기 전쟁, 기술 결정주의 & 도구주의, 제2의 새마을 대변혁 운동, 자연 재해석 & 인간 재해석, 국가이성과 개인 감성 대충돌, 위대한 탈출에 이어 위대한 승리”로 아름다운 지구를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미래 이야기를 하려 한다.
5부는 “최초의 생각, 전략적 사고”로 결론에 해당하며 인간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어떻게 하면 대변혁 운동을 일으켜야 하는지에 전략을 담았다.
하지만, 방대한 지구 45억 년의 이야기를 90분 동안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거대한 변곡점의 굵직굵직한 장면을 사진 찍듯이 발라내어 그 장면을 묘사하는 방식으로 풀어내려 한다.
그리고 비장의 카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속에서 내가 직접 찍은 사진 5장을 숨겨 놓았다. 그 사진에 나오는 장소가 있는 도(道)를 알아맞히는 분에게는 <맹문깨천(맹꽁이도 문득 깨달은 천자문)>을 준다. 남도, 북도가 아니라 그냥 ‘도’만 맞히면 정답이다.
*사진은 강의 자료에 나오는 사진과 강의자료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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