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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별

3.0, true color여

 

3.0, true color여

윤일원

삶에 법칙이 있을까? 삶에 경로는 있을까? 있다. 우리 삶의 경로, 성장과 성공, 성숙이다. 성장보다는 성공이고, 성공보다는 성숙이어야 한다. 그래야 한다. 그래야 아름답다. 나는 성장의 시대를 1.0이라 부르고, 성공의 시대를 2.0이라 부르고, 성숙의 시대를 3.0이라 부른다. 

1.0 시대는 폭풍의 시대다. 모든 것이 처음이다. 사랑도 처음이요, 친구도 처음이요, 학교도 처음이요, 직장도 처음이다. 두렵고. 낯설다. 그리고 설렘이다. 그 시대, 아름답지만 처연하고, 순수하지만 거칠고, 열정이지만 무모하다. 그래도 꽃 방울이 막 터지기 직전의 숨 막히는 긴장감과 아름다움이 있다. 모든 것이 최초가 되어야 하는 그런 시대이기 때문이다.

2.0 시대는 꿈의 시대다. 숨 막힐 듯 아름다운 최초의 시대가 지나가고 세상이 그렇게 녹록지 않음을 아는 시대다. 사랑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삶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아는 시대다. 사랑과 배신, 꿈과 좌절, 성공과 실패, 도전과 응징, 이제 최초의 사람은 단단해진다. 그 무엇에 단단해지면, 단단해진 만큼 고착화된다.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멈추어야 할지, 가능성과 한계의 가르마가 보인다.

3.0 시대는 떨림의 시대다. 최초의 시대로 되돌아가는 떨림의 시대. 이제 삶에 지혜가 곁들이면서, 세상만사 모든 것에 양면성이 있다는 것을 안다. 아름다움 속에서도 아름다움만 있지 않음을 알고, 성공 속에서도 성공만 있지 않음을 알고, 가난 속에도 가난만 있지 않음을 안다. 그것이 삶이다. 그곳에서 꽃을 피워야 한다.

오우, 이제, 3.0 시대, 나의 시간, true color의 시대다. 남들처럼 관성에 젖어 2.0 시대를 지속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여전히 철없는 1.0 시대를 살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당신, 열심히 살아온 것 인정한다. 어제도 열심히 살았고, 오늘도 열심히 살았고, 내일도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그렇지만, 한평생 언제까지 그 관성의 법칙에 얽매여 살아가야 할까? “삶이란 즐기는 자의 몫”이라는 말도 있고, “어딜 가나 주인공이 되어라”는 말도 있다. “행복은 stock이 아니라 flow다”는 말도 있고, “나는 내 인생의 입법자, 나는 나를 믿으니까”라는 말도 있다. 모두 주체적인 삶을 지향하는 논리다.

각자 자라온 나이테만큼,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 일반화된 이론도 없다. 그래서 재미있다. 꽃은 아름답다. 봄꽃도 아름답고, 여름꽃도 아름답고, 가을꽃도 아름답다. 작은 꽃도 아름답고, 큰 꽃도 아름답고, 흰 꽃도 아름답고, 노란 꽃도 아름답고, 붉은 꽃도 아름답다. 왜? 모두 자기 멋대로 살기 때문이다. true color, 자기 빛깔을 가졌고, 자기 빛깔을 온전히 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때 아름답다.

3.0, true color, 자기 빛깔을 온전히 들어내는 시기다. 겁먹지 마라. 여태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온갖 관습 덩어리, 이념 덩어리를 벗어 던져라. 설사 그것이 도덕적이 아니더라도 개의치 말라. 3.0은 푸른 지구 행성을 떠날 시간이다. 우리의 삶이 왜 별처럼 반짝이여야 하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 그 별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어둠으로 만들어라. 그것이 삶이다.

스쳐 지나는 생각에 목을 맬 수도 있고,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 목을 맬 수도 있다. 그래야 true color가 된다. 꼼짝없이 서성거려야 된다. 눈도 깜빡이지 않고, 말도 꺼내서도 안 된다. 그 생각을 그 풍경을 가슴에 담을 때까지. 그리고 그 생각을 문자로 남겨라. 그 풍경을 그림으로 남겨라. 삶이란 스쳐 지나가는 흔적의 기록이다. 바람결에도 우리의 삶을 맡길 수 있다.

3.0, 문뜩 떠오르는 사람이 되어라. 어떤 분이 석양이 짙게 물든 바닷가에서 홀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문뜩 떠오르는 얼굴이 있어 전화했다고, 접속 너머에서 떨리는 목소리를 듣는 그리운 사람이 되어라. 또 이른 새벽 어슴푸레한 가로등 불 아래 자신의 그림자가 자신을 집어삼키려 할 때, 문뜩 떠오르는 얼굴이 있어 카톡을 보냈노라고, 그 접속 너머로 전해지는 두려움을 보듬는 사람이 돼라. 또 삶에 지치고 인생이 힘들어 죽을 고비에 처했을 때 문득 그대의 얼굴이 떠올라 문자를 남겼노라고, 그 문자 너머로 전해지는 진한 진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돼라. 

3.0, 우리가 영혼에 흔적을 남기는 일이다. 그것은 떨림이고 그것은 그리움이고 그것은 보고 싶은 마음이다. 보듬어라. 바람결에 흩날리는 꽃잎도 보듬고, 이른 새벽 피어오는 물안개도 보듬고, 바위 속에서 힘겨운 싹을 틔우는 이름 모를 풀조차 보듬어라. 세상에 보듬어 함께하지 못할 그 무엇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3.0의 세상이 아니다. 그래서는 안된다. 한여름 폭풍도 보듬어야 하고, 한겨울 폭설도 보듬어야 하고, 잔잔한 아지랑이도 보듬어야 한다. 보듬어 가슴에 품어라. 함께 묻어라. 그것이 3.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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