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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방곡

도대체 아내와 직장 동료의 차이가 뭐람?

 

 

도대체 아내와 직장 동료의 차이가 뭐람?

2022.12.10.

북적북적 한 공간 안에 한 30년 이상 같이 보내고, 때론 농담 삼아 마누라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떠들고, 사실은 맞는 말. 벌써 3년 동안 전기밥통에 전기 코드를 뽑은 마나님이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 페북에 전국적으로 소문냈지만, 정작 본인은 읽지 않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고. 

늘 그렇지. 등잔 밑이 더 어둡다고. 잡스도 차고에서 창업했고, 발명가도 다락방에서 일을 저질렀고, 몰래 골방에 들어가 부모님들 등살을 달랬던 어린 시절 추억도 그렇고. 세상은 원래 그래. 등잔불빛 아래에서 이루어졌어. 거기가 질곡 같은 현실을 벗어나 숨 쉴 공간이 아니었던가?

가까이 지낸 사이는 잘 몰라. 변화에 둔감하니. 어쩌면, 어쩌면 고리타분한 공무원 생활에 싫증이 나서 그 탈출구로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도 몰라. 매일 2천 자씩, 한 5~6년 동안 페북에 올렸더니만 이제는 좀 알아주데.

저놈이 하루 이틀 쓰고 말 놈이라 생각했는데, 한 달 두 달 1년, 5년을 냅다 지르니 “뭐야” 하는 반응. 그리고 조선일보 & 동아일보 퇴직편집장이 요즈음 몇 안 되는 ‘good writer’라고. 그런저런 용기에 힘입어 드디어 책을 두 권이나 썼지. 마치 응어리 된 마음을 폭발시키듯이.

참말로 정말로 첨단 기술 관련 글쓰기는 쉬워. 그냥 외국 기술 몇 권 읽고 여태 경험한 것을 덧붙여 쓰면 돼. 그리고 많은 사람이 따라올 듯하면 또 다른 신기술 소개로 건너뛰면 평생 첨단 기술 전문가인 체하면서 살 수 있지.

하지만, 인문학이라는 것은 이미 수백 전에 고정된 fact가 있고 이미 관련 명품 평론이 수두룩한 동네. 거기다가 제대로 전공도 하지 않는 내가 원전을 읽을 만한 능력도 없고 그저 번역본만을 읽은 내가 인문학을 논한다고? 언빌리버블!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고요. 왜냐하면 인문학 책 몇 권 읽어 보면 금세 지루해.

다들 인문학 하시는 분들 바빠서 경제 공부를 빡쎄게 할 틈이 없나봐. 마이클 샌델의 <정의>를 읽어봐. 모두 경제 이야기야. 그리고 혁신 기술, 파괴 기술의 가치를 잘 모르더라고. 오호라 이게 뭐냐? 그게 말이 돼. 사람해석에 기술이 빠져 있다. 경제도 없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극적인 삶을 변화시킨 것은 ‘이념’이 아니라 물리적 형질을 변형시킨 ‘과학기술’이 아니 였던가? 인간의 수명을 확 늘린 것도 ‘상하수도’였고, 여성의 삶의 질을 대폭 변경시킨 것도 ‘피임약’ 아닌가?

기술이 뭐냐. 기술 안에는 가치가 숨어 있고 그걸 읽어내는 것이 인간인데, 어찌 인간은 순수한 철학이나 이념(예전 용어로 사서삼경)만으로 경세를 할 수 있을까? 없다. 요즈음은 더 그래. 그래서 글쓰기를 시작했지.

도대체 아내와 직장 동료의 차이가 뭐람? 여전히 알쏭달쏭해. 먹고 사는 문제는 직장 동료와 같이 해결하고, 먹고 살지 않은 문제는 아내와 같이 해결한다. 그것도 아닌데. 그럼 뭐야?

*사진은 해파랑길 33 해국 (20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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