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GDP가 앞섰다고 우쭐하기에는 너무 일러
2022.12.17.
“‘한국 1인당 GDP, 내년 일본 추월… 이후 재역전 없을 것’ 누구 분석일까?” 조선일보 기사 제목이며, “니혼게이자이신문 계열 경제연구소인 일본경제연구센터는 15일 '아시아경제 중기 예측'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1인당 GDP가 2022년 대만, 2023년 한국에 차례로 따라잡힐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한국 경제신문의 기사 내용이다.
경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그럴 이유는 충분히 있다.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느끼는 불편함, 여전히 아날로그식 방식으로 작동되는 사회시스템, “아직도 한참을 멀었구나”를 금세 체감하면서 언제나 “일본을 이기면 기분이 좋다.”라는 감정을 갖게 만든다. 여태까지 반일로 분탕을 친 정치권의 영향도 있지만 이웃 나라와 경쟁에서 승리한다는 의미는 그만큼 이웃 나라로부터 간섭없이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하지만, 우리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리면서 자신을 성찰하지 않으면 여전히 반쪽 진리에 몸서리치게 될 것이다.
2019년 2월,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2호'는 지구와 3억 4,000만km 떨어져 있는 소행성 '류구'를 탐사하기 위해 3년 반 동안 비행하였다. 지구와 화성 사이에 위치하여 16개월에 한 번씩 태양 궤도를 돌며, 지름 950m인 이 소행성에 착륙하고, 모래와 돌을 채취한 후 다시 이륙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은 그런 과학과 기술의 대국이다. 노벨상 수상자는 총 24명(물리학상 9명, 화학상 7명, 생리의학상 5명, 문학상 2명, 평화상 1명)이며,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외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26명이나 된다.
나는 인문학이 죽었다고 슬퍼하는 글을 자주 쓴다. “인문학이 죽으면 첨단 기술도 죽는다”는 나의 가설이 입증되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에서다. 첨단 기술은 창끝이고 인문학은 창 자루다. 어떻게 창 자루에 매달린 창끝이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은 우리가 K-팝으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BTS가 전 세계 젊은이의 우상이 되었으니, 마치 한국이 문화의 르네상스를 맞이한 것처럼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면서 꼭 덧붙여 하는 말이 우리가 일본보다 앞섰다는 자랑이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갈 길이 너무 멀다. 우리나라 인구당 독서량이 아프리카 수준인데 어떻게 문화를 일으켜 일본을 지속 추월할 수 있단 말인가? 문화란 책의 유통량에 비례한다. 신유한(申維翰, 1681~1752년)이 일본통신사절단으로 뽑혀 대판(오사카)을 갔을 때, 가장 놀란 것은 엄청난 책의 종류와 양이며, 류성룡의 징비록이 베스트 셀러가 된 것을 보고 유통을 금지 시켜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그만큼 일본은 독서의 역사도 깊고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책을 읽으며 현재 디지털 콘텐츠의 원천 저작권도 많이 갖고 있다.
여전히 동아시아 3국 중 가장 잘 사는 한국, 일본, 대만 중 가장 먼저 산업화에 성공한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은 지금 인구 절벽의 가장 밑바닥인 저점을 통과 중에 있다. 그 어떤 선진국도 고령화, 저출산을 피해 갈 수 없는 현실에서 일본의 생산가능인구(15~64살)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0%대로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2036년 어간에 50%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통계청은 예측하고 있다. 대략 10년 후다.
우리도 10년 후에 최악의 저점을 통과하게 된다. 가뜩이나 전 정권으로부터 시작된 포퓰리즘의 단물에 잔뜩 젖어 “혁신보다 분배”가 일상화 될 경우 나라는 또 한 번 요동을 치게 된다. 반면에 일본은 인구 저점을 통과하여 정상적인 인구분포로 되돌아가고, 유럽 대륙을 제외한 나라에서 최초로 변혁적 근대화에 자발적으로 성공한 저력과 탄탄한 기초 과학기술을 제대로 디지털 공학과 접목한다면 여전히 세계 최강 대국의 후보로 손색이 없다.
*사진은 교토 청수사(20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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