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를 들면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
2022.11.04.
목수의 눈에는 모든 것이 나무로만 보이고, 대장장이의 눈에는 모든 것이 못으로만 보인다. 내가 부러워하는 것은 단 하나, 천성이 천석고황(泉石膏肓)이다 보니 “여행 가서 올린 사진만 보면 그저 부러움에 몸을 떨지만” 나머지 모든 것은 시큰둥하다. 맛난 음식도 시큰둥하고, 잘난 사람도 시큰둥하고, 넓은 집에 사는 사람도 시큰둥하다.
내가 부러워함을 넘어 존중하는 사람에는 두 종류가 있다. 노래 잘하는 사람과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다. 도저히 흉내조차 낼 수 없어 일찌감치 포기하였고,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없는 부러움이 존경심으로 바뀐 사람들이다.
요들 언니 이은경님과 어제 종로 익선동에서 쉰 연암당 멤버와 함께 파스타와 커피를 함께 했다. 이은경님은 언제나처럼 양 갈래 머리에 안경을 쓰고 마치 초등학생 같은 외모로 나와 “예전의 ‘뽀뽀뽀’ 요들 언니에서 지금은 ‘요들 언니’로 영원히 ‘언니’로 남고 싶어 하는 분이다.
우리 사회에 노래 잘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며, 노래를 잘한다고 하여 내가 기꺼이 존경할까마는 이은경님을 존경하는 이유는 재주뿐만 아니라 행선(行善), 선한 행동을 실천하기 때문이다.
내 수없이 이런 사람도 만나보고, 저런 사람도 만나보았지만, 한두 번이 아닌 오랫동안 붙박이처럼 선을 쌓은 사람에게는 모두 공통된 특징이 있다. 본바탕에 일그러짐이 없는 사람이다. 누구나 한두 번은 잘 할 수 있다. 누구나 한두 번은 fake 칠 수 있지만, 오랫동안 그렇게는 할 수는 없다.
한 분야에 성공하였다 하여 향기가 나지는 않는다. 재주만으로 세상의 인심을 얻기는 더욱 어렵다. 재주뿐만 행선의 아름다움이 있어야, 오랫동안 향기가 난다.
천석고황이 되어 전국 어디를 쏘다니지 않은 곳이 없는 ‘나’이지만, 가지 않은 공간이 있다면 ‘노래방’이다. 음과 박자가 따로 놀고, 그것도 모자라 노래를 강요하는 풍경에 “즐기는 자의 즐거움마저 앗아 간 공간”이 되어버린 그 순간부터 노래방 근처에도 얼씬하지 않는다.
요들 언니는 “단 1년 만에 나에게 노래의 즐거움을 갖게 해주겠다.”라고 장담한다. “완전 음치를 4년 만에 맹꽁에서 꾀꼬리로 탈바꿈해 준 이야기”를 꺼내면서 나도 그러할 수 있다고 장담하면서 다음 달부터 꼭 같이 배우자고 한다.
내 일찍이 선비들이 수양하는 여섯 가지 기예(六藝)인 예(禮, 예의), 악(樂, 음악), 사(射, 활쏘기), 어(御, 말타기), 서(書, 붓글씨), 수(數, 셈하기) 중에 음악이 들어 있는 것을 알고, 내 평생 선비는 되기는 글렀다고 생각했는데 요들 언니가 은근히 나를 유혹한다.
“예(禮)란 실천하는 것이니, 실천을 하면 반드시 그 흔적이 남게 됩니다. 자신의 몸을 바로 한 뒤에 활을 쏘게(射) 되니, 이는 활 쏘는 모습 즉 형식입니다. 말고삐를 잡을 때는 마치 실을 짤 때 손이 아래위에서 따로 놀지만(書) 천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사람과 말이 아래위에 있지만 일체가 되게 잡으며, 말 두 마리를 부릴(御) 때에는 춤이 가락을 맞듯 해야 된다고 했는데, 이는 말을 모는 법입니다. 1 더하기 2는 3이 되니, 이런 원리를 가지고 따지면 천 년 귀의 날짜도 계산할 수 있으니, 이는 산수(數)의 기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 마지막 선비가 되기 위해 음치를 탈출하는 일에는 금세 약조할 수 없지만, 내 달 8일 (목) 저녁 7시 연세대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리는 “요들 언니 이은경의 시각 장애우를 위한 참 아름다운 나눔 콘서트”에는 기필코 참석하려 한다.
그래야만, 나보다 훨씬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악(樂)의 즐거움을 느끼는 그분들을 보고 나도 흉내 좀 내 보려 한다.
*참고 및 인용: 박지원 지음 김혈조 옮김 <열하일기 2> p.357-358
*사진은 어제 익선동 모임(202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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