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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풍광

거꾸로 매달린 북두칠성

 

거꾸로 매달린 북두칠성

2022.11.5.

가고 싶어서일까? 오고 싶어서일까? 시골 시제라, 말레이시아 바이어와 미팅을 끝내고 나니 오후 4시,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출발하여 관악구 서울대에서 도시 순환 고속도로를 타고 겨우겨우 양재IC에 올라탔는데, 아뿔싸, 기름이 달랑달랑하여. 또 힘겹게 올라온 고속도로를 포기하고, 판교IC로 탈출한다.

다시 기름을 넣고 나오니 금요일 퇴근길과 겹쳐 차가 꽉 막혀 숨도 제대로 못 쉰다.

홍은동 집으로 다시 되돌아갈까 고향으로 갈까 망설이다가, 냅다 고향으로 쉬지 않고 달려 도착하니, 많은 형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삼선 이야기를 문중 단톡방에 가끔 올리는데, 다들. 나 보고 "자네, 재미나게 사네" 한다.

어제도 새벽 3시에 일어나 <맹꽁이도 문득 깨달은 천자문> 마지막 교정작업을 끝내고, 간신히 저녁 8시 50분에 시골에 도착하여 정신없이 막걸리에 돼지 수육으로 술을 한잔했더니, 밤 10:50이 되니 저절로 눈이 감겨 몰래 집으로 올라온다.

글쎄, 고향 집 앞 마당에서 밤하늘을 쳐다보니, 별이 쏟아질 듯 가득하다. 알퐁스 도데의 오리온 별자리, 어린 시절 늘 보았던 북두칠성, W자 모양의 카시오페이아…. 내가 아는 별은 모다 얼굴을 빼꼼히 내밀면서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잘 내려왔다고. 

한번 만들어진 습관은 콘크리트처럼 단단하여, 어디를 가나 새벽에 저절로 눈이 떠져 또 마당에 나와 밖을 내다보니, 북두칠성이 거꾸로 매달려 고향 집 위에 우뚝 서서 나를 근엄하게 내려다본다.

"인생이란 만만하다가도, 가끔 알 수 없는 똥통 속으로 쑥 들어간다." 애들아, 너도 이 거꾸로 매달린 북두칠성을 봤으면 좋겠다. 이른 저녁에는 그득 담을 수 있는 국자가 되었다가, 새벽이 되면 아무것도 담을 수 없는 국자가 되느니라.

* 사진은 밤하늘 별자리 (22.11.4)